<1148호> 벧세메스로 가는 두 마리 소
기자 : 재림신문사 날짜 : 2021-03-18 (목) 13:43
 


                벧세메스로 가는 두 마리 소
 



                                              - 최홍석 / 전 호남삼육중고교장


성경을 읽다가 엉뚱한 생각을 해 봅니다. 블레셋이 이스라엘과의 아벡 전투에서 빼앗은 여호와의 언약궤를 운반하기 위해 차출된 두 마리 어미 소는 젖 먹는 송아지를 떼 놓고 울면서 울면서 벧세메스로 가 임무를 마치고 제물이 돼 죽습니다(삼상5, 6장). 여기서 나의 엉뚱한 생각이란 거스를 수 없는 힘에 의해 이끌린 소들이고 둘 다 울면서 길을 갔지만 둘의 생각이나 태도가 꼭 같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왜 이런 생각을 했느냐면 같은 듯 다른 두 개의 이야기를 접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엄마가 있었습니다. 아이를 하나 낳고 남편과 이혼을 했지요. 그녀는 밤무대에 서는 가수였습니다. 어느 날은 아이가 몹시 아파서 집에 누워있는데 엄마는 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 날치 엄마의 일기에는 이렇게 씌어있습니다. 
“내 딸, 어릴 때 많이 아팠던 거, 기억나니?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두려움에 몸서리가 쳐진다. 하지만 나는 가수였어. 아파 누워 있는 너를 두고도 나는 노래를 불러야 했단다. 무대에 오르기 전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눈을 감고 기도했지. 제가 갈 때까지 우리 딸 잘 지켜주세요. 오늘 밤도 엄마는 너를 위해 기도 상자를 열어”(인순이의 ‘딸에게’ 중에서).
노래 를 부른다고 모두 행복한 건 아닙니다. 속으로 울면서 노래를 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엄마는 운명이라는 굴레를 쓰고 울면서 가는 한 마리 소였습니다. 반면 또 한 마리의 소가 있습니다. 
2001년 3월 4일 서울 홍제동의 다가구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관 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때 순직한 한 소방관의 방화복 속에서 이런 메모가 나왔습니다.
“하나님, 제가 화재가 발생한 곳으로 갈 때…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소서.  늦기 전에 위험에 빠진 어린아이를 구해 내게 하시고 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의 생명을 구하게 하소서. 극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주의를 기울여 사람들의 가냘픈 구조 요청을 듣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그러다 혹 주님의 뜻에 따라 제 목숨을 잃게 된다면 주님의 은혜로 제 아내와 가족들을 돌보아 주소서.”
원하든 원치 않든 가야만 하는 길인데 이 소는 의연히 자기 길을 갔습니다. 나는 평생 사직서를 품고 울면서 내 길을 갔으며 실제로 여섯 번은 사직서를 제출했었습니다. 나는 늘 내가 헌신하고 있다는 가소로운 생각을 했었습니다. 내가 좀 더 의연하게 거룩한 부르심을 따라 내 길을 갔었다면 내 삶이 얼마나 폼나고 멋졌을까? 고난을 좀 덜 생각하고 은총을 더 많이 생각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나는 부끄럽게도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울며 가는 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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